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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라이벌은 다른 걸까요, 아니면 사실 같은 말일까요? 저는 《마지막 승부》를 다시 들여다보다가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1994년 시청률 48.6%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이 스포츠 드라마는, 농구 경기의 승패보다 훨씬 긴 여운을 남깁니다.
추억의 농구 신드롬, 그 시절 드라마가 통한 이유
《마지막 승부》가 방영되던 시절, 저는 농구라면 눈이 번쩍 뜨이던 아이였습니다. 기아 농구단의 허재, 강동희, 김유택이 코트를 누비던 때였고, 연세대와 고려대의 대학농구 라이벌 매치는 지금의 어느 스포츠 이벤트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그 열기를 느꼈기 때문에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절 농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승부》는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했습니다. 드라마 속 경기 장면을 볼 때 제가 실제 농구 중계를 보는 것과 거의 비슷한 두근거림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픽 앤 롤(pick and roll), 즉 한 선수가 수비를 막아서면 다른 선수가 공을 받아 치고 들어가는 농구의 핵심 전술 장면이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민과 철준이 고교 농구대회 결승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콤비네이션 플레이는 그냥 드라마 속 연기가 아니라 진짜 경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 나이에 저는 드라마의 복잡한 인간관계보다는 누가 더 덩크슛을 잘 꽂느냐에 훨씬 관심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지금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서 보니 드라마가 단순히 농구 실력 경쟁을 넘어 꽤 묵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더군요. 시청률이 48.6%까지 치솟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모두 빠져들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 그 안에 있었던 겁니다.
당시 KBL(한국 농구 리그), 즉 한국 프로농구 공식 리그가 출범하기 이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농구 인기는 절정을 달리고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출처: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KBL은 1997년에야 공식 창설됩니다. 그 이전 시대, 대학농구와 실업농구가 주류이던 그 시절에 《마지막 승부》는 정확히 그 열기를 흡수해 드라마로 재현해냈습니다.
- 시청률 48.6%: 당시 안방극장 신드롬을 증명하는 수치
- 픽 앤 롤(pick and roll): 동민-철준 콤비의 핵심 플레이 패턴
- KBL 창설 이전(1997년 전), 대학농구 열기가 드라마 흥행의 배경
- 허재·강동희·김유택 등 스타 선수들과 겹쳐진 시대적 분위기

재기의 서사, 지금 다시 보면 다르게 읽힌다
동민과 철준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겁니다. 이건 농구 드라마가 아니라 타이밍이 다른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동민은 명성대에 진학해 최고의 선수로 곧장 성장하지만, 철준은 같은 출발선에 있었음에도 방황을 거듭하다 뒤늦게 한양대 농구부에서 재기를 노립니다.
여기서 핵심 서사 구조는 '재기(comeback)'입니다. 재기란 단순히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완전히 무너진 이후 스스로 다시 동기를 찾아내는 과정을 뜻합니다. 철준이 밤늦게까지 코트에 남아 연습하는 장면, 아버지의 한마디에 마음을 다잡는 장면이 어린 시절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지금 보면 그 무게감이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살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그 장면의 의미가 제대로 와닿지 않습니다.
같은 시기에 출발한 사람이 먼저 좋은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면 조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철준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중요한 것은 남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뛸 의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기에 성공한 철준이 결국 동민과 한양대 대 명성대의 라이벌 대결로 맞붙는 장면은, 두 사람의 우정이 경쟁으로 전환되는 드라마틱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만들어냅니다. 카타르시스란 그리스 비극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감정의 정화 혹은 극적 해소를 의미합니다. 시청자가 철준의 고난을 함께 견디며 쌓아온 감정이 마지막 경기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구조입니다.
물론 갈등이 다소 극적으로 압축된 면이 있고, 호삼의 사망이나 팀 해체 같은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방식은 지금 시각으로 보면 멜로드라마적 과잉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극적인 고난이 오히려 철준의 재기를 더 값지게 만드는 장치로 읽힙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면, 다시 일어서는 장면도 그렇게 뭉클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한류 콘텐츠 분석 자료에서도 90년대 한국 드라마의 특징으로 '극적 반전과 감정 서사의 결합'을 핵심 요소로 꼽고 있는데, 《마지막 승부》는 그 구조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다시 꺼내든 것은 단순한 복고 감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농구를 좋아하며 경기를 기다리던 그 시절의 기억, 허재의 레이업 장면을 보며 가슴이 뛰던 그 감각이 드라마와 한 덩어리로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작품은 그 내용만이 아니라 그것을 본 시절의 온도까지 함께 기억됩니다. 《마지막 승부》가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지막 승부 시청률 48.6%가 진짜인가요?
A. 맞습니다. 1994년 방영 당시 기록된 수치로, 당시 공중파 드라마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 국민이 시청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지금의 OTT 분산 환경에서는 재현이 불가능한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승부는 순수 스포츠 드라마인가요, 멜로 드라마인가요?
A. 스포츠 드라마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사랑, 우정, 재기라는 인간 서사의 비중이 상당합니다. 스포츠보다 멜로 요소가 더 많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혼합이 오히려 농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까지 끌어들인 성공 요인이었다고 봅니다.
Q. 동민과 철준 중 결말에서 누가 이기나요?
A. 한양대(철준)가 명성대(동민)를 꺾고 감격적인 첫 우승을 차지하며 드라마는 막을 내립니다. 다만 이 드라마의 진짜 승부는 코트 위의 점수가 아니라 철준이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을까요?
A. 90년대 드라마 특유의 극적인 전개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철준의 재기 서사 자체는 지금 봐도 충분히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당시를 전혀 모르는 세대라도 스포츠와 인간 성장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마지막 승부》를 다시 들여다보며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 경기의 승자를 기억하라고 만든 게 아니라, 넘어진 뒤에도 다시 코트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동민의 성공도 인상적이지만, 결국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건 철준의 재기 과정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단순히 추억으로만 두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비교와 조급함에 흔들릴 때마다, 철준이 밤늦게 혼자 슛 연습을 하던 장면을 떠올리려 합니다. 아직 《마지막 승부》를 본 적 없다면 스포츠 드라마라는 선입견 없이 한 번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인생 이야기로 읽히는 순간이 분명히 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