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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엔 제가 뭘 잘못했나 싶어서 한참을 돌아봤습니다. NBA 역사를 들여다보다가 존 스탁턴과 칼 말론 이야기를 다시 읽었고, 그제야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18년을 함께하고도 우승 반지 하나 없이 코트를 떠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성공을 결과로만 재는 시선에 조용히 의문을 던집니다.

픽앤롤의 전설, 그래도 닿지 않았던 우승 반지
NBA 공식 기록을 찾아보면 스탁턴의 수치는 지금도 좀처럼 믿기 어렵습니다. 통산 어시스트 15,806개, 스틸 3,265개. 두 부문 모두 역대 1위입니다. 여기서 어시스트란 동료가 득점할 수 있도록 직전에 공을 연결해주는 패스를 의미하는데, 19시즌 가운데 17시즌을 82경기 전부 소화하면서 쌓아 올린 숫자라는 게 더 놀랍습니다. 꾸준함 자체가 재능이라는 말이 스탁턴에게는 딱 어울립니다.
칼 말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규시즌 MVP를 두 차례 수상했고, 올스타에 14번, 올NBA 팀에도 14번 이름을 올렸습니다. 통산 득점은 36,928점으로 역대 최상위권입니다. 선수 생활 전체 평균이 25.0득점, 10.1리바운드였는데, 이건 전성기 숫자가 아니라 커리어 전체 평균이라는 점에서 더 인상적입니다.
두 사람의 핵심 무기는 픽앤롤(Pick and Roll)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스탁턴이 드리블하다가 말론이 수비수 앞을 막아서고(픽), 이후 말론이 골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스탁턴이 패스하거나 직접 공격하는 구조입니다. 상대가 다 알고 있어도 막기 어려웠습니다. 유타 재즈 구단도 공식적으로 이 조합을 NBA 역사상 최고의 픽앤롤 콤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출처: NBA 공식 사이트).
이 조합은 실제 성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유타는 두 선수가 함께한 기간 동안 무려 19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그 어떤 팀도 해마다 해내기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직접 그 시즌들을 기록으로 하나씩 따라가봤는데, 서부 콘퍼런스의 벽이 얼마나 높았는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하킴 올라주원의 휴스턴, 그리고 두 번의 NBA 파이널에서 만난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상대가 워낙 거셌습니다.
1997년 파이널 6차전에서 스탁턴이 역전 3점슛을 넣는 장면은 지금도 종종 다시 봅니다. 그리고 1998년 파이널, 경기 종료 20초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말론이 공을 잡는 순간까지도 유타가 앞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던이 그 공을 빼앗아 브라이언 러셀에게 점프슛을 꽂아 넣었습니다. 남은 시간 5.2초. 유타의 마지막 공격은 무득점으로 끝났습니다. 두 번의 파이널, 두 번 모두 2승 4패.
- 스탁턴: 통산 어시스트 15,806개·스틸 3,265개 — 두 부문 모두 NBA 역대 1위
- 말론: 정규시즌 MVP 2회, 올스타 14회, 올NBA 팀 14회, 통산 36,928점
- 유타 재즈: 두 선수 재임 기간 19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 NBA 파이널 진출: 1997년·1998년 두 차례, 두 번 모두 시카고 불스에 2승 4패

과정의 가치 — 결과가 전부가 아닌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두 선수의 커리어를 처음 공부했을 때는 '왜 우승을 못 했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는데, 기록을 하나씩 들여다볼수록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위대한 거 아닌가?'라는 쪽으로요.
제가 일을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관련된 사람들과 충분히 의견을 맞추고,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던 프로젝트가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로 방향이 틀어진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제가 뭔가 빠뜨린 게 있었던 건 아닐까 계속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봐도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결론에 닿게 됐습니다.
스탁턴과 말론의 이야기가 그 생각을 더 분명하게 해줬습니다. 두 선수는 홈코트 어드밴티지(Home Court Advantage)를 확보한 상태로 1998년 파이널을 맞이했습니다. 홈코트 어드밴티지란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더 많은 경기를 자기 팀 홈 구장에서 치를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데, 이걸 얻기 위해 유타는 정규시즌에서 시카고와 맞대결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했습니다. 실제로 유타는 그해 정규시즌 62승 20패를 기록하며 그 권리를 따냈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한 겁니다.
그래도 결과는 달랐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인간이 노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분명히 나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상대가 어떤 선수인지, 결정적인 순간에 공이 어디로 튀는지, 예상치 못한 부상이나 변수가 언제 찾아오는지는 아무리 잘 준비해도 내 힘으로 다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준비가 부족해서 실패한 것과, 준비를 다 했는데 결과가 다르게 흘러간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일이 잘 풀렸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잘해서만 된 건 아닐 때가 많습니다.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고, 타이밍이 맞았고, 운도 따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좋다고 해서 모든 공을 저에게 돌리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합니다. 스탁턴과 말론의 커리어를 '우승 반지 없는 실패'로 단정하기 어려운 것처럼, 결과 하나로 18년의 과정을 재단하는 건 너무 좁은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적으로 표현하자면, 제가 해야 할 몫에는 성실하되 마지막 결과는 하나님께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NBA 기록 통계 전문 사이트에서도 말론을 "우승하지 못했지만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며 정상급 활약을 유지한 선수"로 기록하고 있습니다(출처: Basketball Reference). 우승이 없어도 그 평가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탁턴과 말론은 왜 우승을 못 했나요?
A. 두 번의 파이널에서 모두 마이클 조던과 스코티 피펜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를 만났습니다. 1997년과 1998년 시카고는 NBA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팀이었고, 유타는 두 번 모두 2승 4패로 패했습니다. 개인 능력이나 팀워크가 부족했다기보다 시대적으로 가장 강한 팀과 정면으로 맞부딪힌 케이스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Q. 픽앤롤이 그렇게 강한 전술인데 왜 수비가 안 됐나요?
A. 픽앤롤은 구조 자체는 단순하지만 두 선수의 판단 속도와 오랜 호흡이 맞아야 제대로 작동합니다. 스탁턴과 말론은 18시즌을 함께하며 그 호흡을 극한까지 끌어올렸고, 상대 팀이 수비 전략을 미리 준비해도 실제 경기에서 그 타이밍을 끊기가 어려웠습니다. 알고도 못 막는 전술이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Q. 칼 말론은 왜 나중에 LA 레이커스로 갔나요?
A. 마지막으로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유타에서 은퇴한 스탁턴과 달리 말론은 2003-2004시즌 LA 레이커스로 이적해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과 함께 파이널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패하면서 결국 우승 반지 없이 선수 생활을 마쳤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저는 그 선택 자체를 높이 평가합니다.
Q. 우승 반지 없으면 NBA 레전드라고 할 수 없나요?
A. 우승 반지가 위대함의 기준 중 하나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스탁턴의 어시스트·스틸 역대 1위 기록, 말론의 MVP 2회와 통산 36,928점은 우승 여부와 무관하게 NBA 역사에 새겨진 숫자입니다. 두 선수 모두 N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어 있고, 리그 공식에서도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꼽고 있습니다. 결과 하나로 전체 커리어를 재단하기에는 18년이 너무 긴 시간입니다.
결론
스탁턴과 말론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저는 결과가 과정의 가치를 지워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 선수는 18년 동안 서로에게 최선이었고, 팀에게 최선이었습니다. 우승 반지가 없다고 해서 그 세월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저도 어떤 목표 앞에서 조급해질 때마다 이 두 사람을 떠올리고 싶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고, 그 이후의 결과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혹시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 있다면, 스탁턴과 말론의 플레이를 한 번쯤 직접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말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줍니다.
참고: https://www.nba.com/jazz/news/jerry-sloan-named-top-15-coach-nba-history?utm_sour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