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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전까지 근대5종이 정확히 어떤 경기인지 몰랐습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철인3종 비슷한 거 아닐까?" 하고 넘겼던 종목이었는데, 막상 중계 화면을 켜놓고 보다가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펜싱을 하던 선수가 장애물을 넘고, 수영을 마친 뒤 숨이 턱까지 찬 상태로 레이저 권총을 들더니 표적을 맞히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장면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근대5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 100년이 넘은 올림픽 종목의 역사

근대5종(Modern Pentathlon)의 역사는 제가 처음 알았을 때 꽤 놀랐습니다. 무려 1912년 스웨덴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니, 올해로 100년이 훌쩍 넘은 셈입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이 고대 그리스의 5종 경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대판 버전으로 설계했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고대 5종은 달리기, 멀리뛰기,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레슬링이었는데, 쿠베르탱은 여기서 '복합 능력을 갖춘 이상적인 운동선수'라는 개념을 가져왔습니다.

종목 구성에는 당시 19세기 기병 장교의 임무 수행 능력을 시험한다는 이미지가 담겨 있습니다. 국제근대5종연맹(UIPM)에 따르면, 적진에 떨어진 기병 장교가 칼로 싸우고, 말을 타고 이동하고, 강을 헤엄쳐 건너고, 권총으로 적을 제압한 뒤 달려서 임무를 완수한다는 서사가 종목 탄생의 배경으로 전해집니다(출처: 국제근대5종연맹(UIPM)).

그래서 과거에는 펜싱·수영·승마·사격·달리기로 구성됐고, 초창기에는 이 다섯 종목을 5일에 걸쳐 치렀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하루 안에 모든 종목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집약적인 경기 구조가 자리 잡았습니다.

요약: 근대5종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100년 넘은 종목으로, 19세기 기병 장교의 복합 능력을 모델로 설계됐습니다.

 

2026년 근대5종이 달라진 이유 — 승마 퇴장, 장애물 등장

경기를 보다가 "어? 말이 없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예전에 봤던 근대5종 영상에는 분명 말이 있었는데, 이번 중계 화면에서는 승마(Equestrian) 대신 낯선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승마가 공식 종목에서 빠지고, 장애물(Obstacle) 경기가 새로운 다섯 번째 요소로 들어왔습니다. 장애물 종목은 2022년부터 승마 대체 종목으로 시험 운영됐고, 2025년부터 국제 엘리트 대회에 본격 도입됐습니다.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이 방식으로 치러진 첫 아시안게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장애물 경기를 처음 봤을 때 어릴 때 일요일마다 재미있게 봤던 TV 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매달리고, 뛰어넘고, 균형을 잡으며 약 70m 코스에 설치된 8개의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모습 자체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예능이 아니라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정식 경기로 하고 있으니, 재미와 긴장감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2026년 현재 근대5종의 다섯 가지 종목은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 펜싱(Fencing): 에페(Épée) 종목으로 상대와 겨룹니다. 시딩 라운드를 거친 뒤 1분 단위의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여기서 에페란 전신을 유효 타격 부위로 인정하는 펜싱 종목으로, 세 가지 펜싱 종목 중 가장 넓은 타격 범위를 가집니다.
  • 장애물(Obstacle): 약 70m 코스의 8개 장애물을 통과합니다. 기록과 정확성이 모두 점수에 반영됩니다.
  • 수영(Swimming): 2026년부터 자유형 거리가 기존 200m에서 100m로 단축됐습니다.
  • 사격(Shooting): 레이저 권총(Laser Pistol)으로 표적을 맞힙니다. 레이저 권총이란 실제 탄환 대신 레이저 광선으로 표적을 감지하는 방식의 장비입니다.
  • 달리기(Running): 총 3km를 달립니다. 사격과 달리기는 '레이저 런(Laser Run)'이라는 하나의 세션으로 합쳐져 진행됩니다.

중계 화면에서는 펜싱 → 장애물 → 수영 → 레이저 런, 이렇게 네 단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레이저 런 안의 사격과 달리기를 각각 하나의 종목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여전히 '5종'이라는 이름을 유지합니다.

요약: 2024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승마가 빠지고 장애물 경기가 도입됐으며, 이번 아시안게임은 새 방식으로 치러진 첫 아시안게임입니다.

레이저 런이 만드는 긴장감 — 근대5종의 진짜 재미가 여기 있었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제가 가장 몰입했던 구간은 단연 마지막 레이저 런(Laser Run)이었습니다. 레이저 런이란 레이저 권총 사격과 달리기를 번갈아 반복하는 복합 세션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달리다가 사격장에 들어가 표적 5개를 모두 맞힌 뒤 다시 달리는 방식을 다섯 차례 반복하는 구조입니다.

2026년 방식에서는 선수들이 600m씩 다섯 번을 달려 총 3,000m를 소화하면서, 그 사이사이마다 레이저 권총 사격을 합니다. 중요한 건 표적 5개를 전부 명중시켜야만 다음 달리기 구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맞히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계속 쏴야 하니, 숨이 찬 상태에서 손의 떨림을 얼마나 빨리 가라앉히느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그런데 레이저 런이 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선 펜싱, 장애물, 수영에서 쌓은 점수 차이를 출발 시간 차이로 환산해서 레이저 런을 시작합니다. 1점 차이가 1초의 출발 간격으로 바뀌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을 핸디캡 스타트(Handicap Start)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앞선 경기에서 많은 점수를 벌어놓은 선수가 더 먼저 출발하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규칙을 잘 모르는 시청자도 레이저 런만큼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한 선수가 금메달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 구조 덕분에 앞선 경기에서 점수 차이가 어땠는지 몰라도 마지막 레이저 런만 보면 그 자체로 완결된 레이스를 보는 느낌이 납니다. 사격장에 들어갈 때마다 순위가 바뀌고, 마지막 수백 미터 직선 구간에서 손에 땀을 쥐게 되는 전개는 처음 보는 사람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요약: 레이저 런은 앞선 점수 차를 출발 시간으로 환산해 결승선 1등이 곧 우승인 구조로, 근대5종에서 가장 극적인 역전이 일어나는 구간입니다.

성승민 금메달 — 제가 처음 본 종목에서 역사가 만들어지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근대5종을 더욱 각별하게 기억하게 만든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성승민 선수였습니다. 2026년 9월 20일 일본 아이치현 안조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여자 근대5종 개인전 결승에서 성승민은 총 1,492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내용을 숫자로 보면 압도적이었습니다. 펜싱에서 250점으로 1위를 확보하며 출발했고, 장애물 경기에서 29초26을 기록해 358점을 얻었습니다. 수영 100m에서도 1분 01초14, 295점을 추가했습니다. 앞선 세 종목에서 확보한 점수 덕분에 레이저 런을 가장 먼저 출발했고, 중국 선수들의 추격을 끝까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출처: 국제근대5종연맹(UIPM)).

이번 금메달의 의미는 수치 이상입니다. 한국 여자 선수의 아시안게임 근대5종 개인전 사상 첫 금메달이었고, 동시에 대한민국의 이번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기도 했습니다. 성승민은 이미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개인전 우승을 달성했고, 파리올림픽에서는 아시아 여자 근대5종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따낸 이력이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더하면서 또 하나의 기록이 쌓였습니다.

남자부도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전웅태, 이종현, 서창완 선수가 단체전에서 총 4,779점을 기록해 중국(4,768점)을 불과 11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가져왔습니다. 전웅태는 개인전에서 1,595점으로 은메달, 이종현은 1,593점으로 동메달을 추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 근대5종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은메달 2개·동메달 1개를 획득했습니다.

제가 생전 처음 제대로 본 종목에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성승민이 레이저 런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순간, 저는 마치 오래전부터 이 종목을 응원해온 사람처럼 반갑고 기뻤습니다. 생소했던 종목이 금메달 하나를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친숙한 종목이 된 경험, 이것이 아시안게임을 보는 또 다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요약: 성승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근대5종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한국은 이 종목에서만 금2·은2·동1을 획득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대5종이랑 철인3종 차이가 뭔가요?

A. 철인3종은 수영·사이클·달리기를 거의 쉬지 않고 이어서 하는 지구력 중심의 경기입니다. 근대5종은 펜싱, 장애물, 수영, 레이저 런처럼 서로 전혀 다른 기술 체계를 요구하는 종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구력 외에도 검술, 사격 집중력, 장애물 순발력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에서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Q. 근대5종에서 승마가 없어진 이유가 뭔가요?

A. 승마 종목은 선수가 대회 현장에서 처음 만나는 말을 타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경기 예측 가능성과 동물 복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퇴장했고, 장애물 경기가 대체 종목으로 확정됐습니다. 2022년부터 시험 운영을 거쳐 2025년 엘리트 국제대회에 정식 도입됐습니다.

 

Q. 레이저 런에서 사격을 못 맞히면 어떻게 되나요?

A. 표적 5개를 전부 명중시켜야 다음 달리기 구간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 맞히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계속 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계속 흐릅니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손 떨림을 얼마나 빨리 제어하느냐가 순위를 바꾸는 핵심 변수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Q. 근대5종 단체전은 릴레이 방식인가요?

A. 아닙니다. 선수들이 따로 릴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 개인전 상위 3명의 점수를 합산해 팀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에서 한국이 중국을 11점 차로 제치고 우승한 것도 전웅태, 이종현, 서창완 세 선수의 개인 점수 합산 결과였습니다.

 

결론

이번 아시안게임 전까지 저에게 근대5종은 이름만 아는 종목이었습니다. 직접 경기를 보고 나서야 이것이 단순히 다섯 가지 운동을 한 사람이 하는 경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칼을 다루는 기술, 장애물을 빠르게 통과하는 순발력, 수영 실력, 그리고 폐가 터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레이저 권총 표적을 맞히는 집중력까지 모두 갖춰야 경쟁이 됩니다.

규칙을 알고 보니 오히려 마지막까지 순위가 뒤집힐 수 있어서 보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성승민 선수의 금메달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이 종목에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겼습니다. 다음 올림픽에서도 근대5종 경기가 열린다면, 이제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uipmworld.org/news/uipm-2026-pentathlon-world-cup-pazardzhik-all-you-need-know?u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