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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한동안 '성실함'이라는 단어를 너무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고려대 농구부를 이끌고 있는 주희정 감독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선수 시절 '철인'과 '오뚝이'라는 별명을 동시에 가졌던 사람. 그 두 단어 사이에 20년 넘는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철인 마인드셋 — 재능보다 오래 버티는 힘
주희정 감독은 선수 시절 '철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체력이 좋아서 붙은 별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한계가 왔을 때 멘탈로 버텼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었습니다. 여기서 멘탈 터프니스(mental toughness)란,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목표를 유지하고 수행 능력을 잃지 않는 심리적 회복 능력을 말합니다. 단순히 "참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힘든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구조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일이 뜻대로 안 풀릴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체력이 아니라 '이게 맞는 방향인가'라는 의심이었습니다. 처음엔 열심히 시작했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저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주희정 감독은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졌을 때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체력 훈련에 다시 집중하면서 식스맨으로 역할을 재정의했습니다. 식스맨(sixth man)이란 농구에서 주전이 아닌 벤치 선수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선수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상황이 바뀌면 자신도 바꿀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운동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즉 '나는 이걸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높을수록 부상이나 슬럼프 이후 복귀 속도가 빠르다는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주희정 감독이 고려대를 중퇴하고 프로에 입문한 선택을 끝내 후회하지 않으려 했던 것도, 그 자기효능감을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였다고 저는 읽었습니다.
- 철인이라는 별명은 체력이 아닌 멘탈 터프니스에서 비롯됨
- 체력 저하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식스맨으로 역할을 재정의한 유연함
- 자기효능감을 유지하는 것이 슬럼프 극복의 핵심
슬럼프 극복 — 비교가 아니라 자기 파악이 먼저
주희정 감독은 20여 년의 선수 생활 동안 부상과 수술을 반복했습니다. 그때마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을 겁니다. 잘하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며 좌절하거나,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다시 찾거나. 그리고 그는 두 번째 길을 골랐습니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세 가지 가치인 '성실, 인정, 끈기' 중에서도 '인정'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인정이란 자신의 강점뿐 아니라 약점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수용(self-acceptance)의 태도입니다. 자기수용은 단순한 겸손함이 아니라, 부족함을 알아야 무엇을 채워야 할지 보인다는 실용적인 관점이기도 합니다.
저도 비슷한 감각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저보다 빠르게 결과를 내는 걸 보면 조급해지고, 그 조급함이 오히려 기본적인 것들을 흐트러뜨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느낀 건, 비교는 방향을 잃게 만들지만 자기 파악은 오히려 다음 할 일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했을 때 처음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슬럼프(slump)란 경기력이나 퍼포먼스가 일시적으로 눈에 띄게 저하되는 상태를 뜻합니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슬럼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과거 퍼포먼스와의 비교로 인한 인지적 부하'를 꼽습니다(출처: Sport Psychology Today). 주희정 감독이 나이 들어 달라진 몸 상태를 받아들이고 훈련 방식을 바꾼 것은, 바로 그 인지적 부하를 스스로 내려놓은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관리 루틴 — 거창한 결심보다 매일의 작은 스케치
주희정 감독에게는 오래된 루틴이 하나 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리고 잠들기 전 각 15분씩 눈을 감고 그날 있었던 일과 내일 할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입니다. 거창한 명상이나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 혹은 시각화(visualization)라고 부릅니다. 시각화란 실제 행동을 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반복 재생해 신경계를 사전에 자극하는 훈련 기법으로, 실제 운동 수행 능력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엔 '그냥 자기 전에 생각하는 게 무슨 루틴이냐'고 가볍게 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비슷하게 해보니,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 할 일을 짧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멍하게 시작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공통적으로 거창한 한 방보다 매일 반복하는 작은 습관이 더 오래 가는 변화를 만든다는 걸 느꼈습니다.
주희정 감독은 또 지도자로서 후배 선수인 박무빈, 문정현에게 자신처럼 자기관리를 하는 선수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지금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졸업 후 프로에서 성공하고 나서 찾아와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해주길 바란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게 지도자가 진짜 원하는 결과라는 걸, 저는 그 한 문장에서 읽었습니다. 자기관리란 그 자리에서 잘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힘을 쌓는 과정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주희정 감독은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나요?
A.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95학번으로 입학했으며, 고려대를 중퇴하고 프로 농구에 입문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수 생활을 마친 후 고려대 농구부 코치를 거쳐 현재는 감독직을 맡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코치와 감독으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현재 훈련 거점은 화정체육관 지하 3층입니다.
Q. '철인'이라는 별명은 왜 생긴 건가요?
A. 단순히 체력이 뛰어나서 붙은 별명이 아닙니다. 부상과 슬럼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멘탈로 버티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인상 깊게 봤던 건, 그게 재능과 무관한 의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Q. 주희정 감독이 강조하는 '성실, 인정, 끈기'에서 '인정'은 무슨 뜻인가요?
A. 단순히 다른 사람을 인정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의 장점뿐 아니라 부족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자기수용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부족함을 먼저 알아야 무엇을 채워야 할지 보이기 때문에, 성장의 출발점이 되는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매일 15분 이미지 트레이닝,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스포츠심리학에서 시각화 훈련은 실제 수행 능력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적용해 봤는데,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 할 일을 짧게 그려보는 것만으로 아침에 무작정 시작하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거창한 도구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입니다.
결론
주희정 감독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가져간 건 '아홉 번 넘어져도 열 번 일어선다'는 좌우명보다, 그 뒤에 있는 태도였습니다. 단순히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보고 방향을 조정할 줄 아는 유연함. 그리고 그것을 매일의 루틴으로 습관화한 꾸준함이었습니다.
다만 주희정 감독처럼 자신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맞는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지나친 자기통제는 오히려 지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이야기에서 배우고 싶은 건 무조건 버티는 법이 아니라,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태도입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 그게 성실함의 진짜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