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오래 봤는데도 저는 한동안 공이 없는 선수들을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경기에서 가드가 드리블하다 갑자기 활짝 열린 공간을 찾아내는 장면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동료 한 명이 조용히 스크린을 걸어준 덕분이었고, 그 순간부터 픽앤롤이라는 전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스크린, 이게 전술의 출발점이었다저도 처음엔 픽앤롤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픽(Pick)이 뭔지, 롤(Roll)이 뭔지 각각 알아도 둘이 붙으면 왜 그렇게 자주 쓰이는 전술인지 체감이 안 됐습니다.픽앤롤의 첫 단추는 스크린(Screen)입니다. 스크린이란 공을 가진 선수를 막는 수비수 앞에 동료가 몸으로 자리를 잡아 이동 경로를 막는 행동을 말합니다. 출처: NBA 공식 규칙(Rule No. ..
농구에는 1번부터 5번까지 다섯 개의 포지션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농구를 수십 년 보면서 이 다섯 자리의 '정의' 자체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 농구를 접하는 분이라면 전통적인 역할부터 짚어두고, 그 다음에 현대 농구가 그 틀을 어떻게 흔들고 있는지를 따라가 보시면 훨씬 재미있을 겁니다.1번부터 5번, 전통 역할을 알아야 변화가 보입니다혹시 《슬램덩크》를 보셨나요? 저는 어린 시절 그 만화책 덕분에 농구 포지션을 처음 몸으로 익혔습니다. 강백호는 파워포워드, 정대만은 슈팅가드, 송태섭은 포인트가드. 캐릭터마다 체격과 역할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어서 포지션 개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그 시절 농구는 포지션 구분이 지금보다 훨씬 직관적이었습니다.전통적인 농구 포..
심판이 휘슬을 불었는데 선수들끼리 부딪힌 것도 없고, 공격권이 그냥 넘어갔다. 농구를 처음 볼 때 저도 이 순간이 제일 답답했습니다. 알고 보니 바이얼레이션(Violation), 즉 경기 진행 규칙 위반이었습니다. 트래블링부터 24초 샷클락까지, 이 규칙들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농구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트래블링과 더블 드리블, 왜 자꾸 공격권이 넘어갈까농구를 처음 보면서 공을 가진 선수가 분명히 뛰어가고 있는데 심판이 휘슬을 부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걸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공격권이 넘어가는지 몰랐죠. 그게 바로 트래블링(Travelling)이었습니다. 트래블링이란 공을 잡은 상태에서 규정 이상으로 발을 움직이는 위반 행위입니다. 농구에서는 드리블 없이 두 걸음을 초과해 이동할 수..
드래프트에 지명도 안 된 선수가 NBA 챔피언십 우승 멤버가 될 수 있을까요? 알렉스 카루소가 실제로 그 길을 걸었습니다. 이현중 선수가 보스턴 셀틱스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로부터 Exhibit 10 계약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이 바로 카루소였습니다. 쉽지 않은 길인 건 알지만, 그래서 더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Exhibit 10과 투웨이 계약, 뭐가 다른 걸까솔직히 말하면 저도 1~2년 전까지는 NBA 계약 구조가 정식 계약 아니면 10일 계약, 딱 두 가지인 줄 알았습니다. 카와무라 유키와 이현중 선수 소식을 챙겨보면서 처음으로 Exhibit 10이나 투웨이 계약 같은 용어를 제대로 찾아보게 됐습니다.먼저 투웨이 계약(Two-Way Contract)부터 ..
마이클 조던은 커리어 평균 30.1득점, NBA 파이널 6전 전승이라는 기록을 남긴 선수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처음부터 다른 종류의 인간이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성장 과정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고교 탈락, 그리고 이후의 선택조던이 고등학교 때 농구팀에서 잘렸다는 이야기는 꽤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노스캐롤라이나주 레이니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학교 최상위 대표팀인 바시티(Varsity)에 선발되지 못한 것입니다. 여기서 바시티란 고교 스포츠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최상위 팀을 말하고, 그 아래 단계가 주니어 바시티(Junior Varsity)입니다. 조던은 잘린 게 아니라 한 단계 낮은 팀에 배정된 것..
NBA 역사상 183cm의 선수가 득점왕을 네 번이나 차지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도 이번에 다시 찾아보다가 새삼 놀랐습니다. 앨런 아이버슨이 단순히 작은 선수가 아니라 가장 강한 선수였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득점왕 네 번, 숫자가 말해주는 것혹시 NBA에서 득점왕을 네 번 이상 차지한 선수가 몇 명이나 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습니까? 마이클 조던, 윌트 체임벌린, 조지 거빈, 그리고 앨런 아이버슨. 이 네 명뿐입니다. 아이버슨은 1998-1999, 2000-2001, 2001-2002, 2004-2005시즌에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습니다(출처: NBA 공식 자료).제가 당시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아이버슨이 공을 잡으면 무조건 눈이 갔다는 것입니다. 자신..
NBA 역사상 한 팀에서만 뛴 선수 중 가장 긴 기록은 21시즌입니다. 더크 노비츠키가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세운 기록인데,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단순히 '오래 버텼다'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비 브라이언트 20시즌, 팀 던컨 19시즌. 세 선수 모두 한 팀과 함께 자신의 전성기를 통째로 바쳤습니다.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직접 들여다보니 단순한 충성심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21시즌이라는 숫자, 그 뒤에는 뭐가 있었을까요더크 노비츠키는 1998년 NBA 드래프트에서 댈러스 매버릭스에 입단했습니다. 당시 그는 유럽 출신 장신 슈터라는 이유로 적잖은 의심을 받았습니다. 7피트(약 213cm) 키에 외곽 슛을 쏘는 빅맨이라는 포지션 자체가 낯설었던 시절이었으니..
파우 가솔은 NBA 신인왕을 만장일치에 가깝게 차지한 유일한 비미국 국적 선수입니다.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저는 단순히 '잘하는 유럽 선수' 정도로 흘려들었는데, 그의 성장 과정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뛰어난 재능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고,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코비 브라이언트의 다소 잔인한 방식의 자극이었습니다.의대생 출신 센터, 가솔의 특별한 성장 배경 198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파우 가솔은 부모님 둘 다 농구 선수 출신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키가 작고 왜소해서 가드 포지션으로 시작했는데, 13세를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이 시작되면서 결국 213cm의 장신 센터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경험이 그를 단순한 빅맨과 다르게 만든 핵심이었습니다. ..
